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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일상 속 ‘수다’의 중요성인생과 태도 2026. 10. 13. 16:20
※ 김혜령 상담심리사의 신간 <후회하기 전에 읽는 심리학>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김혜령 상담심리사가 과거에 출간했던 3권의 책 <불안이라는 위안>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까지 모두 정독하고 있습니다. 책을 곱씹으며 읽어볼수록 흘려보내기 너무 아까울 정도로 좋은 메시지들이 많은데 선별해서 ‘김혜령 심리학 특집’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1부 주제는 ‘일상 속 수다의 중요성’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 “퇴근길 지하철에서 특이한 광경을 봤어” 등등 우리가 하루 동안 주고 받는 소소하고 사소한 대화들. 과연 이것들은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무의미한 수다’에 불과할까? 김혜령 상담심리사는 저서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를 통해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리고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시시콜콜한 대화’가 갖는 힘이 그 어떤 거창한 말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령 심리사는 “연인이나 부부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공유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해진 신체처럼 관계가 쉽게 부서진다”고 역설했다.
만약 공과금이나 대출금, 큼직한 집안 행사 같은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만 대화를 한다면 이는 부부라기보다 계약으로 이루어진 사무 집단에 가깝다.
▲ 주변 사람들과의 끊임 없는 시시콜콜한 대화가 일상에 꽤 중요하다. <그래픽=챗GPT>‘사랑한다’는 말 만큼이나 관계를 유지해주는 핵심 축은 바로 이러한 ‘사소한 감정의 공유’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타인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지만, 정작 아내와 별거하며 자신의 마음을 나눠줄 사람이 없어 깊은 무기력에 빠진다. 그런 그가 음성인식 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 거창한 철학적 담론이 아니었다. 사만다가 매일 그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사사로운 고민과 감정을 들어주며 함께 웃고 슬퍼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소통 속에서 우정과 사랑이 싹트고 관계가 단단해지는 것이다.
‘일상 수다’의 효과는 심리학으로도 뒷받침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트만은 ‘감정 연결 시도’(Bids for Connection) 이론을 통해 “관계를 결정짓는 핵심은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신호(Bid)에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 날씨 좋다. 저것 좀 봐.
이런 사소한 말들 속에 상대가 고개를 돌려 반응해주는 행위가 쌓여 관계의 신뢰 자산을 형성하는데, 반대로 한쪽이 영혼 없이 반응하거나 거절하는 일이 반복되면 ‘면역력이 약해진 신체’처럼 관계의 고리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매튜 리버만은 ‘감정 라벨링’(Affect Labeling)을 통한 정서 조절 효과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리버만에 따르면 자신이 느끼는 사소한 감정이나 일상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감정 라벨링) 자체만으로도 뇌의 편도체(공포나 불안 자극) 활동이 줄어들고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김혜령 심리사도 “이웃이나 친한 이들과 오며 가며 안부를 묻고 소소한 희로애락을 나눌 때 자동적으로 마음에 일어난 일들을 언어화하는 감정 라벨링이 일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느껴지는 나의 감정의 정체를 설명할 수 없더라도 이러한 사소한 수다를 반복하다보면 그게 무엇인지 선명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내면에 어질러진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의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돕는 일종의 ‘환기 작용’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마음을 나눌 대화 상대가 마땅치 않거나, 내면의 감정이 얽혀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혜령 심리사는 ‘글쓰기’를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사적인 대화법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타인의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노트 위에 마음 속 장면들을 언어로 옮겨 담는 작업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부터 스스로에게 신뢰 깊은 편안한 친구가 되어줘야 한다. 나를 주어로 하여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나 전달법’(I-Message)을 적용해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반응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 전달법’은 타인과의 불통과 오해로 매번 상처 받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을 때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은 ‘도대체 넌 왜 항상 그런 식이야?’ ‘넌 왜 그렇게 내 말을 무시해?’ ‘너 그렇게 밖에 말 못해?’와 같이 상대를 주어로 하는 문장이다. ‘너’를 주어로 하면 부정적인 표현이 붙기 쉽다. 상대를 평가하는 말과 비난하는 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치환해보자.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해.
‘나’를 주어로 두면 문장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나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상대를 규정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좀 더 효과적인 수다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나 전달법’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내 기분을 전달하는 역할도 하지만, 이런 표현에 익숙해지면 나 또한 외부 경험으로 인한 스스로의 내면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포착하고 이해하는 것은 건강한 대화의 기본이다. 혼자서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다. 마음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은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간편하기까지 하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는 행위다. 마음 속에 어질러져 있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된다. 마음 속의 장면들을 언어로 바꾸는 것 뿐이다.
우리는 모두 ‘감정의 백만장자’다. 내 안에 있는 백만개의 감정은 어느 하나 하찮은 것이 없다. 김혜령 심리사는 “우리가 매일 느끼는 사소한 기분과 찰나의 생각들은 결코 시시콜콜하지 않다”면서 “창문을 열어 집 안을 환기하듯, 오늘 저녁 가까운 이에게 사소한 안부를 건네거나 노트 한 귀퉁이에 나의 하루를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언했다.
그 작은 소통이 막힌 마음을 뚫어주고, 반복되는 삶을 버티게 하는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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